이슈와 담론/음모론(Conspiracy)

사탄의 묵주에 대한 신앙적 고찰

첼린저스 2014. 8. 18. 08:35




소위 가톨릭 여러 커뮤니티에서 퍼지는 "뉴에이지 사탄 묵주" 논란에 대해서 요즘 하고싶은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사탄 묵주가 아닌 루머로 판명이 났지만.)

제 논지를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사탄의 묵주를 가지고 기도를 바쳤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제가 사탄의 묵주를 가지고 있었다 해서, 제가 그 당시 진심으로 바쳤던 기도가 오염되기라도 하나요?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제가 사탄묵주가 퍼진다는 이야기가 돌아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많은 천주교인들은 개신교인들의 "성상숭배" 반대논지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상 숭배에 대한 천주교의 반박 논지

성상 숭배는 성상 자체를 신격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성상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에 키스를 한다고 하면, 그건 돌아가신 할머니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지 "사진 자체"를 사랑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즉 성상에게 기도하는건, 신심의 표현이지 우상 숭배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 논리를 간단하게 뒤집어보겠습니다. 성상을 숭배하는 게 아니라, 그 신심이 중요하듯이, 묵주기도를 바칠때도, 그 신심이 중요한게 아니겠습니까.

물론 상대측에서 악의적으로 이러한 묵주를 퍼트리고 다닌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또한 그것이 신성모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걸 알았다면 버리는 것이 당연하겠죠. 하지만 천주교 신도들이 이렇게 민감하는 반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묵주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생각을 해보세요. 한복을 입은 예수상이나 이콘에게 경배를 표하는것은 허용되는거고, 뱀 표시가 그려진 묵주에 기도를 하는건 신성모독인가요? 중요한건 신심입니다. 그 묵주 모양 자체가 아닙니다. 버려야 하는건 맞지만, 그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사탄의 묵주인줄 모르고 진심으로 바쳤던, 신실하게 바쳤던 그 기도가 펌훼되어야 하는 이유는 절대 없습니다. 

만약 용이 친숙한 중국에서 용모양이 그려진 성경을 디자인한다면, 그건 신성모독일까요? 아닐겁니다. 문화에 맟추어서 그럴수도 있는거죠. 이러한 "형식주의"나 "교조주의"는 가톨릭의 적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극렬 천주교도들이 개신교도들을 일컬어 말하는 "바리사이"는 아마 이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작 중요한 신심없이 물건에 불과한 성경이나 성유, 묵주나, 형식에만 얽매이려고 하는 거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이야기에 하나더 중요한 논점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 묵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 "뉴에이지"라는 표현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뉴에이지가 천주교의 적인 것처럼 표현한다는 것이지요.물론 뉴에이지가 범신론적 사상으로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대치되고 있는건 명확한 사실이나, 이러한 염증적인 반응과 호들갑은, "뉴에이지"에 대한 거부감을 신도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죠. 개신교 내에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같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부각시켜서 겁을 주는것 같이, 천주교의 일각에서도, 이런 장르이고 사상운동에 불과한, 뉴에이지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죠. 너무나 정치적인 의도이기도 합니다. 

정작 천주교회 내부에서는 뉴에이지랑 확실하게 선을 긋긴 했으나, 타 종교에게도 관용적인 대화를 하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갈등을 피하는 선에 있고, 다른 종교도 자기 탓이 아니면 구원을 받을수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